[2026년 7월] FTO 분석은 왜 어려운가 - 구성원 칼럼
IP 뉴스 2026.07.26

안주현 변리사 (리앤목특허법인)


FTO(Freedom To Operate) 분석이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이하 ‘제품’으로 총칭한다)를 사업화할 때 타인의 특허권을 침해할 위험이 없는지를 사전에 검토하는 작업이다. 많은 경우 FTO 분석의 어려움은 검색된 방대한 특허 중에서 문제가 되는 핵심 특허를 찾는 데 있다고 단순하게 이해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어려움은 다른 곳에 있다.


FTO 분석에서 우리가 비교하는 것은 제품과 타인의 특허다. 얼핏 보면 단순히 두 대상을 비교하는 작업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분석 과정은 더 복잡하다. 제품은 실물인 반면, 특허는 청구항이라는 한정된 언어적 표현을 통해 기술을 설명한다. 물론 우리가 언어로 사고하는 한 실물 역시 언어를 통해 이해된다. 그러나 특허는 실물 전체가 아니라 그 일부를 특정한 기술 개념으로 포착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FTO 분석은 실물로 존재하는 제품과 언어로 표현된 특허 사이의 대응 관계를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개발된 제품은 하나의 실물로 존재하지만 개발 과정에서도 우리는 실물을 그대로 다루지 않는다. 개발자는 제품을 기능, 구조, 부품, 제어방식 등으로 구분하여 이해하고 설계한다. 제품 설명서나 설계 문서 역시 실물 그 자체가 아니라 개발자가 특정한 관점에서 실물을 언어로 재구성한 기술적 표현 체계에 가깝다.


특허 역시 제품을 직접 다루지 않는다. 특허는 기술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언어적 표현을 기준으로 권리범위를 형성한다. 권리범위는 제품 전체가 아니라 언어로 포착된 일부 기술 개념에 대해서만 설정된다.


침해 판단은 제품과 특허를 단순히 비교하는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청구항이 특정한 발명'과 '제품에 구현된 대응 기술’을 비교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분석 대상인 제품은 처음부터 그러한 발명 단위로 주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FTO 분석의 핵심은 청구항이 특정한 발명에 대응하는 기술적 내용을 제품 속에서 어떻게 식별할 것인가에 있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FTO 분석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특허침해소송에서도 법원은 특허라는 언어와 제품이라는 실물 사이의 관계를 판단하게 된다. 특허의 언어와 실물 사이의 간극은 특허침해 판단 일반에 내재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FTO 분석은 아직 어떠한 특허가 실제 위험으로 이어질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행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간극을 더욱 직접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특허침해소송에서는 이미 특정된 특허가 제시하는 발명 단위에 따라 제품을 해석하면 된다. 반면 FTO 분석에서는 어떤 특허가 문제 될 수 있는지를 탐색하면서 제품을 다양한 기술적 관점에서 재구성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동일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어떤 특허를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기술적 대상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FTO 분석의 어려움은 단순히 제품을 다양한 관점에서 재구성해야 한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기술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개념 체계 자체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 분야에서는 관련 연구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기술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 체계와 용어 역시 아직 정립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초기 특허는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넓고 추상적인 기술 개념을 전제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FTO 분석에서는 개발자가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기술적 관점에서 제품이 해석될 수 있으며, 그 결과 제품의 특정 기술적 내용이 초기 특허의 청구항에 포섭될 수도 있다.


기술이 성숙하면 이를 설명하는 개념과 용어도 함께 정교하게 분화되고 특허 역시 보다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형태로 출원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기술의 발전은 단순히 실물의 발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기술 개념과 언어 체계가 정교화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분석자가 제품을 이해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분석자가 마주하는 것은 현재의 개념 체계만이 아니다. 특허가 작성된 당시의 기술적 맥락과 개념 체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특허가 실제로 무엇을 포착하고자 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분석자는 현재의 제품을 오늘날의 개념 체계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그 특허가 작성된 시대의 개념 체계 속에서도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FTO 분석자는 발견된 각 특허의 기술적 맥락과 개념 체계에 따라 동일한 제품을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 이때 특허와 비교하는 대상은 미리 선별된 ‘제품의 일부 기술적 속성’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언어로 포착 가능한 ‘제품의 모든 기술적 속성’이다.


제품을 개발자의 언어가 아니라 특허의 언어로, 나아가 그 특허가 작성된 시대의 개념 체계 속에서 다시 읽어내는 것. 그것이 FTO 분석을 어렵게 만든다. FTO 분석은 제품과 특허 사이의 간극 위에서, 그리고 현재와 과거의 개념 체계 사이의 간극 위에서 이루어지는 해석의 과정이다.


출처 : 법률신문 (https://www.law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331)